굶을 떄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면 사이언스만큼 든든한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 겁니다. 오로지 그 과학적 현상을 발생시키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이 변화해 줄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 몸이 복잡하긴 하지만 그만큼 과학적이라는 사실은 참 다행입니다. 일단, 그 사실을 이해한다면 마음 같지 않은 내 마음도 깨달은 바가 있어 그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고수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케토시스를 일으키는 굶음, 허기의 과학을 알아보고, 지금 현재 내가 내 몸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고 안 하고는 케토시스에 기댄 다이어트와 체질 개선 효과는 그 질과 양부터 달라질테니까요. 뭔가 알고는 있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기가 참 애매해서 일단, 정리하는 차원에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단식이 필요한 이유
우리의 소화기관은 하루 종일 일합니다. 계속 먹어대니까요.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중간에 과자나 과일을 먹거나, 라떼를 마시고 음료를 마십니다. 밤에는 술자리에서 알코올도 마시고, 야식도 합니다. 야식하고 12시 전후로 잠이 들면 우리 몸은 휴식을 하는 것 같지만, 소화기관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일주일에 5일을 일하고 2일은 쉽니다. 그리고 하루에 8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퇴근해서 일 이외의 시간으로 충전해야 하죠. 그렇지만 우리는 몸을 혹사시킵니다. 소화시키기 위해서, 먹은 것 중 독성 있는 것을 중화하기 위해서 우리 몸의 소화기관과 기타 장기들은 휴식 없이 일해야 합니다. 과로한 소화기관이 끝내 파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양분이 들어와도 이젠 더 이상 싫다고 하는 병이 있습니다. 당뇨 같은 것이죠. 혈당을 몸의 각종 장기와 세포에 넣어주어야 하는데, 너무 많아서 배불러서 거부하는 겁니다. 덕분이 피가 끈적끈적해지고 다른 병의 근원이 됩니다. 인슐린이 더 나와서 세포더러 밥 좀 먹으라고 가져다줘도 안 먹겠다고 버티는 현상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인슐린이 아무리 세포앞으로 가서 문 두드리며 혈당 좀 받아줘라고 해도 안 받아먹으니 인슐린 입장에서는 혈액에 넘쳐나는 당을 처리 못하는 무기력에 빠지겠죠. 그럼 인슐린도 더 이상 못해먹겠다 하면서 출근을 안 하게 될 것이란 말입니다. 인슐린도 부족해지게 되는 현상이 또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우리 소화기관, 소화를 담당하는 세포들이 좀 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달래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바로 단식접근법입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아예 기질적으로 변형이 온 소화기관과 세포들에게 이제 와서 휴식을 주고 휴가기간을 준다고 해서 금방 다시 돌아오지는 못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당뇨가 심하지 않은 경우, 당뇨 전단계라든지, 아직 그런 현상까지는 없지만 식생활이 불규칙해서 소화시스템에 혼란을 주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파업 전에 어서 휴가를 보내주고 달래줘야 합니다.
그리고 공복은 원시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생활입니다. 우리 몸은 기아, 굶음에 더 최적화된 진화를 거듭해 왔거든요. 먹을 것이 넘치는 지금보다 먹을 것이 늘 없었던 시절에, 굶고 있을 때 살아남기 위한 몸의 자가 정화, 자기 강화 작용들이 활성화되는 몸의 생리현상이 장착되어 왔는데, 지금 시대에서는 굶을 시간이 없으니 내 몸을 정화하고 강화할 기회 자체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당뇨라는 만병의 근원이 생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굶어 보기로 하되, 실제 굶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굶으면 몸에서 생기는 일
Glycogenolysis: 글리코겐에서 포도당 꺼내쓰기
저녁 끼니를 6~7시 사이에 먹고, 그다음 날 아침을 거르고 점심 12시 정도에 식사를 하면, 약 16시간~18시간 동안을 식사하지 않는 단식기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복부 x-ray 검사를 할 때는 검사 전 4시간 정도는 금식하라고 합니다. 4시간 정도가 지나면 복부, 즉 주요 소화기관에서 음식물들의 형태가 다른 소화기관의 형태를 관찰하는데 방해될 정도의 덩어리는 아니라는 뜻일 것입니다.
혈액검사를 할 때 8시간 정도는 금식할 것을 주문합니다. 이때 적어도 8시간 전에 먹은 무엇인가는 모두 소화되어서 적어도 혈액은 오롯이 리셋이 되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식사를 하고 나서 적어도 8시간은 지나야 비로소 공복이 됩니다.
보통 식후 16~18시간까지 단식을 한다면, 이 동안에는 혈당이 모두 소모된 상태이므로, 이 시간 동안 필요한 당은 간으로부터 당겨 쓰게 됩니다. 간에는 평소에 넘치게 먹었던 당을 저장해 두는 글리코겐이 있는데,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환시켜서 이것을 에너지 원으로 쓰게 합니다(glycogenolysis). 그리고 다시 식사를 하게 되면 원래의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죠. 만약 24시간까지 단식한다면, 간에 있는 글리코겐을 모두 다 당겨 쓰게 됩니다. 즉 24시간 정도 간의 글리코겐이 포도당 에너지원을 공급해 주는 것입니다.
Gluconeogenesis : 다른 재료 끌어다 포도당 만들어 쓰기
24시간 후, 간에 넣어둔 쌀창고(글리코겐) 이 다 동이 납니다. 이때에도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지방도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서서히 쓰입니다. 하지만 지방을 분해하고, 지방산을 땔감으로 만들기 위해 장작을 패는 과정(베타 산화)은 시간도 걸리고 에너지 효율적이지도 않으므로 지방을 통한 에너지원 공급은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충분한 에너지원이 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럼 이때의 에너지 공백은 어떻게 채울까요?
어쩔 수 없이 다른 재료를 동원해서 포도당을 신생합성합니다 (gluconeogenesis). 즉 젖산(Lactic acid)과 알라닌(Alanine)으로부터 Pyruvate을 만들고, 이 Pyruvate를 포도당 (glucose)로 만듭니다. 즉 포도당 신생 합성은 Pyruvate로부터 시작합니다. 혈당이 정상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이걸 보상하려고 포도당을 합성하고 다시 혈당이 올라가면 gluconeogeneosis 속도는 떨어집니다. 혈당조절기능도 있는 것이죠. 혈당이 떨어졌지만 근육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고, 강한 근육활동은 젖산(lactate)을 생성하고, 이는 다시 Pyruvate 로 전환되어 glucose로 변환됩니다. 이런 현상은 주로 간, 근육에서, 지속적 단식의 경우 신장에서 일어납니다.
포도당 신생합성은 기본적으로 Pyruvate에서 glucose를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원래 Pyruvate는 미토콘드리아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있는 경우 세포질로 나올 수가 없어서 oxaloacetate --> malate로 전환된 후 malate transporter를 통해 세포질로 나와 glucose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glucose는 주로 뇌에 공급됩니다. 뇌의 에너지 공급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Free fatty acid release :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 만들기
포도당 신생합성으로 버티다가, 3일째가 되면 드디어 저장되었던 지방이 본격적으로 활용됩니다. 뇌에 공급할 포도당을 더 이상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ketone body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때 지방을 분해해서 케톤체를 만들어냅니다. 3일 이후로부터 1주일째가 될 때까지, 주로 지방조직을 분해하고, 몸 안에 있는 노화된 세포를 분해하여 에너지원이나 세포구성물로 재조립, 재사용합니다(autophage). 이 노화된 세포는 죽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던 일종의 좀비세포인데, 에너지가 있을 때에는 굳이 건드리고 있지 않다가, 에너지가 진정 부족해지는 시기가 오면 과감히 죽여 없애고 그 세포를 구성하던 단백질, 지방질 등을 모두 다른 곳에 유용하게 씁니다. 좀비세포는 쓸데없는 염증을 일으키므로 이렇게 굶을수록 오히려 사라지게 되어 건강에 더욱 좋다고 합니다. 특히 피부개선 등을 통해 이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본격적으로 우리가 덜어내고 싶었던 체내 지방들이 사용되어 없어지게 됩니다.
Organ Breakdown: 내 살 깎아 먹기 (장기 단백질 사용)
그런데 1주 정도가 지나면, 이런 지방 저장창고도 모두 비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때는 어쩔 수 없이 단백질을 써야 합니다. 장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을 꺼내 써야 하는 것이죠. 이것은 좋지 않은데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기들이 약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단백질은 마지막 순간까지 건재해 있다가 어쩔 수 없는 순간 장기를 분해해서 에너지원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살을 파먹는 것인데요, 그만큼 근손실은 이 생명체가 보기에 마지막까지 미루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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