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기반 창업, 아니 분야를 망라하여 모든 창업에는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비록 우리 회사가 투자하는 바이오텍 창업 분야가 아니더라도 저는 작게나마 이를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창업보육회사에서 일하지만 정작 창업을 해본 경험 없이 기존 경험에 기반한 기술적인 심사와 컨설팅만 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연말 회사 셧다운 기간 동안 < 라이프해킹 창업형 인간 되기 5일 과정 >으로 마인드셋을 다져보기로 했습니다. 창업보육기관에 소속한, Startup을 돕는 입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저는 창업자들이 창업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 궁금했었습니다. 또, 그 창업이 흥망성쇠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창업이 의미 있는 성공에 이르게 되는 과정도 보게 되었습니다. 또, 창업을 가능하게 하는 세상을 보는 눈과 스케일, 즉 세계관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 아쉽게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보게 됩니다. 따라서 이 2가지 관점에서 리뷰를 하고자 합니다.
창업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하는 나만의 이유
창업의 동기를 설명하는 이론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 학자에 의해 제안된 이론에서는 크게 3가지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즉 경제적 성취동기, 자아실현동기, 혁신성(아이디어 실현동기) 동기라는 것이죠 (한향원, 2020). 창업형 인간되기 5일 과정의 김성공강사는 자신의 창업의 동기를 < 인생에서 주어진 한정된 시간 안에서 " 행복감의 최대화, 불행의 최소화"를 하기 위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서론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한 2가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망각시스템, 다른 하나는 방어 시스템이라고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죠,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고 잊게 됩니다. 늘 붕 떠 있거나 늘 우울하다면 생존에 도움이 안 되니, 이것은 인간에게 필요한 생존 시스템입니다. 또 하나는 방어시스템인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기능이지만, 때로 성장기회를 놓칩니다. 그래서 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하고 싶긴 한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막상 그 기쁨이 망각시스템으로 허무한 것이 되고 마니, 목표 달성은 지속적으로 행복을 느끼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상태를 성취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요. 즉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는지 알고, 그 행복감을 최대화하고, 불행을 최소화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며, 그 경제적인 뒷받침을 위해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요.
창업이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왜 경제적인 뒷받침이 창업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창업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창업이 위험하다는 인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프레임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신선합니다. 경제활동으로 인한 소득은 크게 근로소득, 자본소득, 사업소득이 있는데, 근로소득은 직장에서 일을 배우고 사람을 얻는 의미 외에 삶을 유지하는 정도밖에는 뒷받침이 안되고, 그 근로소득이 모여야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이 가능한데,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합니다. 사업소득은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비해 처음에는 당장 큰 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처음에 재무적 투자를 하고 근로소득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그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위험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다시 말해 그 위험을 잘 피해 나아가는 방법을 안다면 사업소득이야 말로 가장 효율적인 경제활동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창업은 경제적 자유이자 자아 실현이라는 욕구를 만족시킨다
만약 내가 지금 창업을 한다고 한다면, 나의 동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평소에 가졌던 생각은, "경제적 토대가 견고해야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였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욕구위계가 7개 정도로 정의가 되어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제일 기본적이라서 피라미드의 맨 밑에 있는 욕구는 안전감 (신체적, 재무적, 사회적)이고, 그 위는 소속감( 가족, 연인관계, 친구, 직장), 그 위에 자아실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창업의 직접적인 동기는 재무적, 경제적 성공 욕구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직접적이지만 궁극적이지는 않지요. 창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창업은 더 상위의 자기 욕구 실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저의 매슬로우 최상위의 내 욕구는 도움을 주고 보람을 얻는 심리학자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수련도 하고 자격도 얻었지만 심리학자로서 client에게 오롯이 집중하기에는 심리학자의 밥벌이는 너무 적었습니다. 저는 심리학자로 전업하지 못했고, 스타트업 투자사에서 계속 일합니다. 그런데 창업보육기관도 비슷한 일을 합니다. 창업자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하지 않습니다. 창업보육회사는 첫 seed 나 angel 단계에서 처음에만 소액 투자하고 이후로는 외부로부터 후속 투자받는 것을 도와드리기 때문에 요즘처럼 투자받기 어려울 때에는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진도를 뺴지 못해 죽어나가도 자체 후속투자로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시기 적절하게 투자하며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재무적으로도 돕는 그런 멋진 개인 에인절이 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할 돈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근로소득을 모아 모아 겨우 겨우 회사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지만, 언젠가 개인적으로도 투자하며 좋은 회사를 도우며 그 성공을 지켜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것이죠. 그런 과정 속에서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는 다 채워질 것 같습니다. 창업으로 경제적 뒷받침을 이루어내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기술 창업 사례를 계속 보는 흥미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관이 좁아 자원을 낭비하거나 쓰지 못한 경험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대학생의 세계관이 5인데, 1이라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이 대학생에게 20% 의 사건이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20%의 비중이 있는 일로 간주한 이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20% 의 사건에 투입한다. 그런데 동일한 1의 사건이 세계관 크기가 20 인 사람에게 벌어졌다. 이 사람은 이 일이 0.5% 의 일에 불과해서, 이 사건에 자신의 자원을 0.5% 정도 투입하거나, 아니면 그냥 투입하지 않는다.
세계관이 좁아 내 자원을 낭비한 사례를 2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유통업 전업 기회 포기
저는 언제나 직장생활이 기본이고, default 인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만약 사업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부업에 속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었을 겁니다. 미국에서 간단한 $30 짜리 집중력 타이머를 비싼 배송료를 내고 EMS로 배달받아 썼습니다. 당시에는 물건을 주로 수입업자가 대량으로 수입하고 국내 시장에 팔았었거든요. 그런데 이 집중력 타이머가 아이들 공부 집중하는데 도움 된다고 주위 분들이 자기들도 사고 싶다고들 해서, 아예 대량으로 사다가 작게나마 이 집중력 타이머 판매용 웹사이트를 만들어 수입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유통사업을 경험해 본 것이죠. 처음으로 내 사업을 했는데, 매출이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 그 짜릿함은 단돈 2만, 3만 원만 결제되어도 회사에서 월급 받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달 매출은 겨우 300만 원 안쪽이었고 수입 원가를 빼도 30% 는 남았습니다. 퇴근하고 조금만 더 집중해서 마케팅하면 매출은 정직하게 올랐습니다. 반면 직장일이 바빠서 조금만 소홀해도 매출이 줄었습니다. 그 수익이 크지는 않았지만 사업을 확장할 아이디어는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중단했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좀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학원비는 나오나? " 결국, 월급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결국 번듯한 직장을 관두고 성장하는 유통업으로 전직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내 주위에는 성공한 직장인 들은 많았지만, 유통업에 있는 친구나 지인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것이 제게는 딴짓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윤리적이지 않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작지만 새롭게 경험한 성공을 나의 세계, 직장인의 세계 속에 확장시키지 못하고 흘려보냈습니다.
2. 주위 자원을 쓰지 못한 경우
또 다른 한 케이스입니다. 기술적 검토와 기술마케팅 경력만 있는 저에게 어떤 네트워킹 파티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 M&A 건인데, 현재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가치가 많이 떨어진 우량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회사가 관심이 있다면 소개해주겠다. 추진 가능성을 함께 논의해 보자.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기술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만 들었지만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치가 저하되었다고 해도 그 규모는 수백억 원 대였고, 우리 회사는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였습니다. 그런 큰 규모에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슈를 눌러 담았었지요. 나중에 회사에서 그 이야기를 캐주얼하게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무적인, 투자적인 관점을 전문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가, 꼭 큰돈이 있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장치를 통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죠. 기술 쪽에 있다 보니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쪽으로 잘 알지 못하고, 경험도 없다 보니 처음부터 자원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어떨 때는 단기간에 이런저런 case study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MBA 과정이 필요하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인간의 시간은 한정돼있으니까요. 어쨌든, 내 경험이 적다는 것조차 모를 때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저 평소에, 내가 모르는 걸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위의 사람들이 있다면 무조건 함께 해야겠습니다.
참고문헌
- 한향원, 하규수.(2020). 초기창업자의 창업동기와 창업준비가 사업계속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창업만족도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벤처창업연구, 15(5),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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